품새 품새선 이야기 4 지식

품새 품새선 이야기 4

-동작의 속도 중심

품새 수련 시 유의할 사항은 시선, 몸의 중심이동, 속도의 완급, 힘의 강유, 호흡 등이다. 품새란 품새 이름과 그 품새선에 따른 동작군의 의미와 상징성을 담고 있다. 동작군은 동작의 복수적 의미다. 동작이란 신체의 움직임에 따른 공방적 행위를 말한다.


속도의 완급이란 속도(speed) 곧 ‘빠르기’를 말하고 완급(緩急)은 느림과 빠름을 이른다. 사전에서 속도의 의미는 물체가 나아가거나 일이 진행되는 ‘빠르기’이다. 물리에서는 물체의 단위 시간 내에서의 위치 변화를 이른다.

속도의 이탈리아어는 템포(tempo)다.

템포는 음악에서는 물론 무용 등에서도 아주 주요한 요소이다. 품새에서 속도는 영어로 speed 라 하는데 그 보다는 tempo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듯하다. 음약, 무용 등에서 널리 쓰이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교본에서 속도의 몇 가지 분류가 보인다.


‘빠르게’ ‘서서히(천천히)’ ‘아주 빠르게’ ‘빠르고 강하게’ ‘서서히 강하게’ ‘이어서’ 등이다. 품새 도보(圖譜․그림과 설명)에 유의하면 속도의 구체적 ‘빠르기’를 알 수 있다.


‘빠르기’ 구분에서 ‘빠르고 강하게’ ‘서서히 강하게’ 등은 속도와 힘의 강유가 합성된 용어이다. ‘이어서’는 연계동작에서의 속도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어서’와 두 동작 또는 그 이상 간의 속도에 대한 설명이 없다.


속도는 품새의 리듬을 좌우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 속도의 기준이란 대체 무엇일까?

음악에서 속도는 통상 심장박동의 속도(1분 70회)면 느린 음악이다. 이보다 두배쯤 되는 140 정도면 빠른 음악으로 본다.

1분은 60초(회)이다. 1분 70회의 심장박동수보다 10회가 차이를 보인다. 오늘날 속도의 기준은 초(秒)단위로 되어있다. 하지만 메트로놈(음악 템포를 재는 기계)으로 1분에 70개의 빠르기다. 음악에서는 사람의 심장박동과 같은 박자의 음약을 들으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박자가 규칙적이며 멜로디가 적절히 반복되는 음악이 좋다. 음악과 사람 몸이 동조화되기 때문이다.


태권도 품새 경기규칙에는 속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 규칙의 품새경기 채점기술 지침에 따르면, 표현성 채점항목 중 강유-완급-리듬 세부 기준 항목이 있다.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를 보자.


대한태권도협회 품새 경기규칙에 보이는 해설에 따르면, ‘속도와 힘’ 설명에서, 동작의 속도는 힘과 함께 태권도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품새에서 요구되는 속도는 각 동작의 특성과 기술적 맥락에 따라서 다르다. (…)따라서 각 동작이 갖는 속도에 대한 요구와 특성을 잘 이해한 표현이 평가의 기준이다.


다음으로 강유-롼급-리듬 세부 항목의 설명에 따르면, 품새의 특성에 따라 나타나는 적절한 완급과 리듬의 올바른 해석을 통해 동작 동작이 지닌 완급과 리듬이 조화되어 표현될 때 기준에 부합된다. 그러나 한 품새의 연무가 천편일률적인 속도나 힘, 그리고 리듬으로 진행되는 것은 감정대상이다.


“잘 이해한 표현이 평가의 기준” “적절한 완급과 리듬의 올바른 해석을 통해” 등 설명은 선수, 심판에게도 이해하는데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다.

속도의 기준이 없어 선수, 심판의 주관적인 이해와 기준에 의한 행위가 다르기에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을 듯하다. 두루뭉술한 정의로는 품새문화는 크게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품새마다 품과 동작의 수가 정해져 있듯, 각 품새의 수행단위가 초에 기준 또는 심장박동수이건 간에 기준 되는 정상의 속도를 명확히 함으로써 느림과 빠름의 기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각 품새마다 소요되는 시간(초 단위)을 명시해둠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품새 품새선 이야기 (3) 지식

품새 품새선 이야기 (3)

-기합 중심


모든 품새는 기합(氣合)을 품고 있다.

품새에서의 기합이란 군대에서 의미하는 ‘얼차려’와는 다르다.

우리말 사전(한글학회, 어문각)에서 기합이란 ‘특별한 힘을 발휘하기 위한, 정신과 힘의 집중’ 기합술은 ‘무예에서, 힘과 정신을 온몸에 모아 소리를 지르면서 보통 이상의 힘을 내는 술법’ 이라 적고 있다.

기합은 ‘기’자와 ‘합’자의 합성어이다.

기(氣)의 설명에 따르면, ① 숨 쉴 때에 나오는 기운 ② 생활 ․ 활동의 힘, 원기, 정기, 생기, 기력 따위 ③ 있는 힘의 전부 ④ 기색이나 느낌 ⑤ <철> 중국 철학에서, 만물 생성의 근원이 되는 힘. 등 다양하다.


몸과 우주의 관계에서 천지의 기운은 반드시 존재의 생리와 상응한다. 우주가 곧 모태고 또 귀향처이다. 태아 적엔 엄마의 심장이 연결되어 있어서 단전호흡을 한다. 그런데 엄마 배 속을 나오면서, 즉 선천(先天)에서 후천(後天)의 세계로 넘어오는 순간 폐호흡으로 바뀐다.

태어나자마자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데, 그때 우주의 기운이 호흡을 통해 아기의 신체에 각인되는 것이다.(고미숙, 고전평론가)


일찍이 노자는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라는 말을 남겼다. 이를 두고 ‘인간적 숫자는 2가 아니라 3이다’ ‘만물로 비약하기 위한 도약의 숫자는 2가 아니라 3이다’(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차장)

이쯤해서 품새에서 기합의 의미와 그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 개념의 철학적 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 듯도 하다. 하지만 하나의 의문이 있는 것은 품새에서 기합의 수와 그 의미에 대한 품새 제정 당시, 왜 설명을 하지 않았을까?

현행 공인 품새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합의 현상은 하나에서 셋이다.

유급자용 품새의 보편적 숫자는 1이고 유단자 품새에서의 그것은 2이다. 예외로 앞의 것에서 태극 8장은 기합의 수(이하 기합수)가 2이고, 유단자 품새는 십진 품새는 기합수가 세 번(3)이고 천권은 한 번(1)이다.

천지(天地)의 순은 천, 즉 하늘은 일(!)이고 지인 땅은 두 번째(2)이다. 그러기에 태극 품새에서 태극 8장만이 기합수는 2이므로 두 번을 넣는다. 유단자 품새는 지 즉 땅에서 이루지는 온갖 행위는 숫자는 2이기에 두 번의 기합수가 보편적인데 반해 천권은 하늘과 몸의 상체의 상징으로서의 숫자는 1이기에 한 번의 기합을 넣게 돼 있다.

1은 양(陽)이고 근본으로서 하늘인데 반해 2는 음(陰)이고 땅인 데, 둘은 하나에서 분화된 수라는 원리를 좇고 있다.

십진은 십장사상에서의 십장생을 의미하며 많은 것을 뜻한다. 2보다 많은 수는 3이다. 십진에서 기합의 수 세 번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그 외에 십진은 ‘인간적 숫자는 2가 아니라 3이다’ ‘만물로 비약하기 위한 도약의 숫자는 2가 아니라 3이다’ 정의에서 쉽게 불로장생을 염원하는 인간적 욕구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품새에서 기합의 위치는 하나의 절정의 고지에 위치한다. 기합과 함께 하는 동작은 그러기에 더욱 역동적이다. 기합은 청각적으로도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역동성을 일깨워 준다.

수행자가 품새를 시연하는 동안 기합을 통해 스스로 기합 이상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우주의 기운을 얻고 품새의 철학적 의미를 체인하는 즐거움은 바로 무아의 경지를 뜻하는 것이리다.


품새 품새선 이야기 (2) 지식

품새 품새선 이야기 (2)

-고려에서 일여 중심

이에 반해 고려에서 일여에 이르는 유단자 품새는 인간관과 관계된다.

인간은 자연계 현상의 하나일 따름이다. 유급자 과정인 태극에서 자연 현상의 탄생 과정을 보았듯이 천지자연 가운데 인간도 그 하나일 따름이다. 태극 품새는 자연관이고, 달리 생명관으로 볼 수 있다.

인간관을 담고 있는 유단자 품새는 인간됨의 수양을 지향한다.


아홉 단계의 유단자 품새 중 몇 가지 정신, 사상을 유출해 낼 수 있다. 맨 처음 만나게 되는 고려는 선비정신을 기리는 품새로서 무(武)의 닦음에는 반드시 문(文)을 병행해서 닦아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론이 없는 무는 헛되기 때문이다.

선비정신을 기리고자 품새 고려의 품새선은 선비 士자를 택하고 있다.

금강과 태백은 산(山) 이름이다. 산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층계(태백산 등)이며 통천문의 성격을 가진다. 금강은 한국의 아름다운 명산이고 태백은 수련인의 정체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 정신으로 홍익인간 정신을 기리고 있다. 십진은 신선(神仙)사상을 기리고 있다.


금강과 태백은 둘 다 산을 뜻하고 있는 데 금강은 품새선을 뫼 山자를 택하고 있다. 반면에 품새 태백은 뫼 산자 대신 지을 工자를 택하고 있는 데 그 까닭은 뭘까? 교본에 설명이 잘 되어 있다.


“태백은 한민족의 고대국가인 단군조선이 개국한 아사달(아씨땅)의 성산인 붉은 뫼(밝은 산)를 의미하며 밝은 산은 얼과 전통의 근원, 신선함을 그리고 홍익인간의 사상을 나타낸다. 태백은 수없이 다른 위치와 말로 나타나 있지만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미니족의 태반(胎盤)이고 상징인 백두산이며 단군의 높은 이상을 바탕으로 품새가 생겨났다.”(『태권도교본』2005)


평원과 일여의 원래 이름은 옛 나라 이름이었다. 평원은 백제였고 일여는 신라였다. 고려 등 나라 이름이 많다고 하여 변경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태는 땅에서 이뤄지는 행위로서 천지인을 상징하는 십진 품새선 工자에서 윗선을 없애 한글의 ㅗ(모음)자가 되고 천권은 하늘에서 행해진다는 뜻으로 아래 선을 없애 한글의 ㅜ(모음)자가 된다. 편의 상 한글 모음의 “ㅗ” “ㅜ”자 품새선이라 부른다.


필자의 견해와 상반되는 연구로서 <국기원 태권도연구> 제3권 제1호(통권 제5호) 2012년 6월호에 ‘지태 천권 품새의 품새선에 관한 고찰’이 홍성정에 의해 이뤄졌다. 참고하기 바란다.


품새 지태는 땅 地와 밟을 跆자의 합성어이고 천권은 하늘 天과 주먹 拳자의 합성어이다. 우리의 인체는 허리를 기준하여 아래 부위는 음을, 몸통 부위는 양을 의미한다. 즉 음양으로 구분된다. 지와 천은 지천으로서 어순에 따라 ‘천지’가 되고 태와 권은 ‘태권’이 된다. 태권도 명칭이 품새에서도 생성된다.


한수(漢水)는 서울의 심장을 관통하는 한강을 말한다. 서울시민의 젖줄이다. 물은 생명줄이다. 우리
의 인체도 물이 지배적이다. 몸의 유연성은 필수적이다. 특히 운동선수들에게는 유연성의 강조는 당연하다.

일여는 몸과 마음이 하나이면서 원리는 오직 하나뿐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태권도 수련의 완성은 궁극에서는 합쳐지면 나아가 정신과 동작이 일체가 되는 무예의 진리가 바탕에 깔려져 있다.(『태권도교본』2005) 기술적 측면의 설명이다.


일여의 정신적 측면은 첫째는 심신일여이다. 몸과 마음의 '하나됨'을 지향한다. 둘째는 너와 나의 하나됨이다. 나아가 인간이 자연과의 하나됨도 가능하다. 그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범아일여가 아닐까.


유단자 품새는 유불도 사상을 담고 있다. 인간됨의 기초로서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관에 있는 유단자 품새는 인간이 인간을 지향하는 몸의 단련과 동시에 마음, 정신의 수양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품새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태극과 일여의 가르침에 있다.

태극이 근원자로서 숫자적 개념은 하나(一)이라면, 일여는 하나됨, 즉 하나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수련수양의 역량이라 하겠다. 태극 품새는 자연의 인간화에서 시작되고 유단자 품새는 인간의 자연화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됨’은 궁극적으로 근원과 하나가 되는 것으로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이럴 듯하다. 심신의 움직임에서 하나됨이란 바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품새, 품새선 이야기 (1) 지식

품새, 품새선 이야기 (1)

- 태극 장을 중심으로

태권도 수련에서 품새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실제 수련에서 한시도 소홀히 여길 수 없는 것이 품새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일부 경기 위주의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몫일 듯하다.

승단심사에서는 겨루기에 앞서 품새가 우선이다.

특히 승품 심사장에 가보면 그래도 품새에 비중을 두고 채점을 하는 모습을 눈여겨 볼 수 있다. 겨루기는 그저 형식에 지나지 않다고 하기는 뭣! 하지만 다소 경시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품새는 여러 구조로 구성돼 있다. 명칭이 첫째요 그 명칭에 상응하는 ․ 상징하는 품새선이 그것이다. 품새는 두 가지 구성 형태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나는 유급자용 품새이고 다른 하나는 유단자(유품자)용 품새가 그것이다.


우리는 유급자용 품새를 ‘태극’ 품새라 약칭하고 있다. 태극 몇? 장이라고 구체적으로 칭하지 않는다. 그리고 유단자용 품새 명칭은 더 그러한 경향을 두드려지게 내비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확히 품새명(名)을 말하자면, 유급자 품새명은 ‘태극 장(場)’ 품새이고, 유단자용 품새는 고려에서 일여에 이르는 전 품새명을 일컬어야 하는 수고가 요구된다. 나는 가끔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명칭이 길다보니 약칭으로 ‘태극’에 상응하는 ‘태극인’ 또는 ‘천지인’이라고 부르면 좋을 듯하다.


‘태극’ 품새는 ‘팔괘’의 괘 순은 건 태 이 진 손 감 간 곤 등이다. 예를 들어 태극 1장은 태극 건(乾)괘 품새 또는 건장으로 칭한다든지 아니면, 그것의 현상인 하늘 못 불 우레 바람 물 산 땅 등으로 태극 1장을 ‘태극 하늘장’ 라 부르면 팔괘의 괘(卦)를 쉽게 연상해 수련 시 학습 효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괘는 음(陰) 또는 양효(陽爻)로 구성돼 있고 세 효가 모여 한 괘를 이룬다. 여기서 음효 또는 양효는 달리 짧은 막대(­ ­) 또는 긴 막대(―)라 부르기도 한다. 여덟 개의 괘 선상에서 아래 위를 연결하기 위해 중앙에 세로선을 그어 임금 왕 “王” 으로 표시한다.


태극 품새는 “동양역학에서 말하는 팔괘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략 임금 왕자 ”王“으로 표시한다고 태권도 교본은 적고 있다. 팔괘는 ☰ ☱ ☲ ☳ ☴ ☵ ☶ ☷ 순이다.

실제 태극 품새는 짧은 막대와 긴 막대에서 동작 배열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음효 선상에서는 동작이 대체로 짧다. 특히 ‘이어서’ 동작에서는 진행이 제자리에서 이뤄진다. 쉬운 예로 태극 2장 “다3, 라3”선의 동작이 그러하고 태극 3장 “다2, 라2”선 상의 동작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간단한 차이의 원리가 어디에서 유래하고 있는지를 지도자가 수련생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우리의 옛 철학을 익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품새선에는 방향 기호가 부여돼 있다.


품새 진행, 이동을 알기 쉽게 하기위해서이다. 방향 기호는 동양적 어순에 따른, 즉 전후좌우(前後左右) 순서에 따라 품새선 “나” 방향은 내가 서 있는 출발점이요 그 출발점에 반드시 돌아와야 할 위치이기도 하다. “나” 방향은 대개 태극 품새의 경우는 맨 아래선 중앙이 “나” 방향(위치)이 된다.

내가 서있는 자리가 “나”방향의 위치가 되고, 앞(방향)이 “가”방향, 그리고 왼쪽이 “다” 오른쪽이 “라”방향으로 표기된다. 품새선 방향 표기에서 “다1” “라1”과 같이 숫자의 표기는 “가” 방향을 향해 다음 순으로, 즉 “다2“ ”라2” 와 같이 번호가 매겨진다. 유단자 품새의 경우는 십진, 한수, 일여는 예외로 품새선 글자 중앙이 “나”방향, 즉 ‘나의 위치’가 된다.


국기원 공인 ‘태권도 교본’(2005) 309쪽에 ‘품새선 방향 기호’편에 태극 1장~4장까지만 나와 있다. 그 나머지는 생략하고 있다. 주석으로 “태극 1장에서 태극 8장까지는 진행선이 동일함”이라 적고 있다.

태극 1장에서 8장까지는 ‘품새선 방향 기호’는 동일하나 괘의 구조가 상이하다는 것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태극 품새는 4장부터 진행 방향이 그 이전 것과 사뭇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본을 놓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에 대한 원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도자뿐이 아니라 수련생들도 교본을 친구삼아 품새에 대한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 실제 품새 연마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태권도 무예는 한무(韓武)라 부르자. 한국무예를 약칭하는 개념이다. 한무 속에 흠뻑 빠져 원리적 이해를 할 수 있다면 그 기쁨이 배가 될 듯하다.


고려 품새가 지향하는 유단자의 첫 걸음이 선비의 정신이다. 문무(文武)의 조화와 상생의 성취를 고취하는 품새이다.


태권도 품새 지태 vs 천권 필로소피

태권도 품새 지태 vs 천권

둘 다 고단자 품새에 해당된다.

지태와 천권 품새의 품새선은 한글 ㅗ자와 ㅜ자라 일컫는다. 이는 지을 工자에서 파생된다. 즉 工자의 철학적 상징성은 위 가로선은 하늘 天을, 아래 가로선은 땅 地, 그리고 가운데 세로선은 사람 人으로서 ‘천지인’이 그것이다.


품새 지태는 땅 地와 밟을 跆자의 합성어이고 천권은 하늘 天과 주먹 拳자의 합성어이다. 우리의 인체는 허리를 기준하여 아래 부위는 음을, 몸통 부위는 양을 의미한다. 즉 음양으로 구분된다. 지와 천은 지천으로서 어순에 따라 ‘천지’가 되고 태와 권은 ‘태권’이 된다. 태권도 명칭이 품새에서도 생성된다.

지태는 땅에서 이뤄지는 행위로서 工자에서 위 선을 없애 한글의 ㅗ(모음)자가 되고 천권은 하늘에서 행해진다는 뜻으로 아래 선을 없애 한글의 ㅜ(모음)자가 된다. 편의 상 한글의 “ㅗ” “ㅜ”자 품새선이라 부른다.


품새는 사람됨을 지향하는 닦음이 곧 수양(修養)이다.

지태는 땅을 딛고 땅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행위로서 인간을 기준으로 하면 땅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하늘이 된다. 하지만 하늘이 먼저 열리고 그 다음이 땅이라는 개념의 어순에 따라 천지가 된다. 하지만 신체의 음양은 아래부위와 몸통부위의 순에 따라 지태가 천권 품새에 앞선다.

준비서기가 다르다. 지태는 기본준비서기이고 천권은 모아서기 겹손준비서기다. 지태는 28품이고 천권은 26품의 수로 구성돼 있다. 동작의 수는 지태는 37. 천권은 29 동작이다. 인간사가 단순한 것 같으나 실은 복잡한 일들이 많듯 동작수가 지태가 천권보다 많은 편이다.


품수에 비해 동작수가 많다는 의미는 뭘까.

품과 동작의 구분이 중요하다. 동작의 수가 품수보다 많다는 것은 “이어서” 하는 동작이 많다. 즉 연계동작이 많다는 의미이다. “이어서” 동작은 두 동작에서 많게는 다섯 동작이나 된다.

태극 8장에서 두 번이나 다섯 동작이 “이어서” 하게 돼 있다.

이는 율동적 의미가 있다. “이어서” 동작은 “빠르게” 해야 한다. 리듬의 묘미를 음미할 수 있게 된다. 속도와 관계된다.


지태의 ‘새로운 동작’은 3(세)동작이 되고 천권은 10(열)동작이 된다. 품새에서 ‘새로운 동작’이란 그 품새의 난이도를 뜻한다. 새로운 품새를 익힐 때는 먼저 ‘새로운 동작’을 익히는 것이 순서이다. 학습적 효과를 위해서도 그러하다. 새로운 동작을 익히면서 그 품새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

지태 품새는 “이어서 빠르게” 동작이 3번이 나오고 “서서히”는 두 동작, 그리고 “이어서”는 3(세)번이 나온다.

반면 천권 품새는 “서서히” 는 한 번, “서서히 강하게” 두 번, “빠르게” 한 번, “이어서”는 네 번, 그리고 “이어서 빠르게”는 한 번이다.


지태와 천권 품새에서 기합의 수는 어떨까.

지태의 기합수는 2(두)번이고 천권은 한 번이다. 유단자 품새의 기합은 대개 1번인데 예외로 지태는 2(두)번, 그리고 십진은 3(세)번이다.

지태 품새는 땅을 의미하기에 2번이고 십진은 많다는 의미에서 2보다 많은 수, 즉 3으로 세 번을 넣어야 한다. 이에 반해 유급자용 품새 태극은 태극 8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 번의 기합을 넣는다. 태극 품새는 팔괘의 순에 따라 하늘의 수는 1(일)번이고 땅의 수가 2(이)번이다. 때문에 태극 8장은 땅의 수로 기합을 두 번 넣게 된다.

이렇듯 태권도 품새는 구성의 원리가 철학적이다. 너무도 철학적 상징성이 깊고 강하다. ‘기합’의 수에서부터 유급자용 품새와 유단자 품새에서, 특히 지태와 천권의 기합의 수가 다름이 그것이다.


이 모두가 철학적 깊이에 따른 결과라 할 것이다.

땅을 삶의 터로 하며 생활하는 모든 인간은 머리 위의 하늘을 우러러 보며 때로는 간절히 명운을 빌기도 한다. 지태 품새 다음에 천권 품새로 이어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의미가 담겨 있을 듯하다.

지태가 의미하듯 땅위의 사람은 땅을 근거로 해서 삶을 살며 때로는 생존의 투쟁을 불사한다. 싸우고 다툰다는 것은 생존경쟁의 한 수단이며 방편일 듯하다. 그러나 남과 물리적으로 힘을 겨루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도와 하나 됨으로 얻는 도의 힘, 자애의 힘으로 이기는 것이 이김이다.


천권 품새는 지상인(地上人)이 땅 위에서 생존하며 활동을 하며 항상 하늘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하늘은 우리 인간이 마침내는 귀의해야할 곳으로서 근원의 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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