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에 적합한 태권도철학 및 정신 구축
- 한글속의 태권도, 주요 원리 중심
01 한국의 CI, 한글과 태권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이미지 가운데 한글과 태권도가 있다.
정부에서는 1996년에 이미 ‘한국의 문화상징 베스트 10‘을 선정한 바 있다. ‘한글’, ‘한복’, ‘김치와 불고기’, ‘인삼’, ‘설악산’, ‘불국사와 석굴암’, ‘탈춤’, ‘종묘제례악’, ‘태권도’, ‘세계적인 예술인’ 등이 그것이다.
이는 세계화, 국제화 시대의 큰 흐름 속에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상을 심어주고자 하는 뜻에서 이뤄진 결과라는 것이다. 한글과 태권도는 우리 문화의 우수함을 세계만방에 전하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는 주제가 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01년 ‘한국의 문화 이미지 기획전’을 가졌다. 우리의 문화를 바로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하며, 한글과 태권도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한글은 1443년에 세종대왕이 창제한 우리 고유의 독창적인 문화이다.
어려운 한자 사용으로 인해 일반 백성들이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자를 만든 것이 바로 한글이다.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글자 구조가 매우 간단하고 단순한 한글은 닿소리(자음) 14개와 홀소리(모음) 10개로 되어 있으며, 이것을 조합하면 어떤 말도 글로 나타낼 수 있다.
한글이 지닌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구조는 21세기의 정보화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태권도는 한국에서 창시된 고유한 전통무예로, 국제적으로 널리 공인받아 전 세 계에 보급되고 있다.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인격을 닦는 무예인 태권도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방어하는 고차원적 무예이다.
태권도는 시대상황에 따라 국방의 필요성이 높아지면 무예로 수련되었고, 평화가 지속되면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으로 그 성격이 바뀌어 왔다. 태권도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시범경기로 채택되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로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한국의 문화 이미지』, 2001:7)
태권도가 1994년 파리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 국내 언론에서는 많은 찬사가 쏟아졌고, 그 가운데 한글에 대한 찬사도 함께하고 있다. 즉 2000년 시드니올림픽경기에서 우리의 태권도는 우리말로 구령하며 경기를 진행하게 됨은 실로 우리 문화가 세계인의 정신 속에 깊숙이 파고드는 경사라고 하였다.
이는 한글속의 태권도가 우리말과 인간의 몸짓이 한데 어울리는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소통이 그것이다. 백범 김구는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의 한 구절을 옮기면,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백범일지』 초간본, 1947년 12월 15일)
한글과 태권도는 단지 한국에서 유래한 것에 따른 문화의 한 맥락이라는 차원을 넘어 한글속의 태권도는 그 중심에 우리의 전통사상과 정신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사상이란 우리 배달겨레의 슬기로운 사상을 말한다. 이에 한글과 태권도의 중심을 이루는 전통사상(음양오행)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차례이다.
02 훈민정음 ‘제자해’ 천지자연의 이치 음양오행
훈민정음을 만든 주요 원리는 ‘제자해’ 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천지자연의 이치는 오직 음양오행뿐이다. 곤괘와 복괘의 사이가 태극이 되고, 움직이고 멎고 한 뒤가 음양이 된다. 무릇 천지자연의 어떤 생물이든 음양을 버리고 어찌 살 수 있는가? 따라서 사람의 말소리도 모두 음양의 이치가 있건마는 생각건대 사람들이 살피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정음을 만든 것도 처음부터 지혜로써 경영하고 힘써 찾아낸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소리에 따라서 그 음양의 이치를 다했을 뿐이다.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닌즉 어찌 천지의 신(귀신)과 더불어 그것을 부려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훈민정음 해례본』제자해
세종은 ‘제자해’에서는 천지자연의 이치의 보편성을 첫머리로 삼고 있다. 세종은 문자를 만든 근본 원리는 자연의 이치에서 찾고 있다. 천지자연, 모든 생물, 그 가운데 있는 사람의 말소리 모두에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음양오행이다.
음양오행은 음양과 오행의 합성어이다. 음양이란 천지자연에 흐르는 보편 법칙은 특이하고 새로운 곳에 있지 않았다. 동양 사상, 우리가 늘 겪고 있는 삶, 자연 그곳에 있었다. 하루가 밤낮으로 구분되듯 밤(음)이 있으면 낮(양)이 있고, 여성(음)이 있으면 남성(양)이 있다. 하늘에는 해(일)와 달(월)이 우리를 감싸고, 그 밑에는 땅(토)이 당당히 터전을 마련해 준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불(화)과 물(수)과 나무(목)와 쇠(금)가 우리 인간의 삶을 지탱해 주며 자연은 도도히 흐른다. 오행은 천지만물을 이루고 있으면서 온갖 것을 생성하고 변화시키는 다섯 가지 바탕소인 ‘쇠(금), 나무(목), 물(수), 불(화), 흙(토)과 그것이 돌아가는 원리를 말한다. 우리의 삶은 음양오행이라는 주 단위로 매일 생성되고 변화하는 하루 속에서 반복하는 가운데서도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다.
‘제자해’ 첫머리에 나오는 훈민정음의 핵심 원리가 바로 여기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행은 닿소리(자음)를 만드는 주요 바탕 원리가 되고, 음양은 홀소리(모음)를 만드는 주요 바탕 원리가 된다. 오행은 크게 상생의 원리와 상극의 원리로 나뉜다. 상생은 서로 어울려 좋은 것이고 상극은 서로 어울려 좋지 않은 것이다. 이 오행의 원리에서 우리는 상극을 버리고 상생을 추구하고 지향하는 삶의 지혜를 자연에서 얻었다. 우주 삼라만상의 숨겨진 이치는 훈민정음의 소리는 물론 글자 모양에 음양오행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훈민정음은 두 가지를 뜻한다.
첫 번째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글자의 이름으로 그 뜻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즉 글’이다. 두 번째는 책의 제목이다. 훈민정음 글자를 직접 만든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자들에게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와 사용법을 연구하여 상세하게 해례를 붙여 많은 사람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라’고 명을 내렸다. 이러한 세종대왕의 명을 받들어 글자가 만들어진 지 3년이 지난 1446년 9월 상순에 집현전 학자들이 펴낸 책이 바로 『훈민정음』이다. 『훈민정음』은 현재 국보 70호로 지정돼 있다. 이 책은 서울에 있는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훈민정음』에 다음과 같이 잘 나와 있다.
“천지의 이치는 오직 음양오행일 뿐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말소리에는 음양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져 있는데 옛 사람들이 이를 살피지 못하였다. 이제 단지 그 말소리에 들어 있는 이치를 극진히 하였을 뿐이다.”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글이 있어야 한다.”
“천지 사이에 있는 만물에는 제각기 모양과 소리가 있는데 근본은 둘이 아니므로 이치가 통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제자해
우리는 위의 세 문장에서 알 수 있다. 즉 천지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은 소리와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도 천지 사이에 있으므로 말소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말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글자를 만드는 것이므로 글자를 만들 때에는 말소리에 담긴 이치를 따르면 된다. 세종은 사람의 말소리에는 천지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져 있지만 사람들이 그 이치를 자세히 살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훈민정음의 글자 모양은 어떤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것인가? 여러 원칙이 있는 데 그 가운데 하나는 모음(홀소리)을 나타내는 글자의 모양은 자연을 이루는 천(하늘), 지(땅) 그리고 인(사람) 모양의 특징을 기호화한 것이다. 천지인의 기호화는 점, 선, 면으로 표기되는 기호는 ‘‧’ ‘—’ ‘Ⅰ’이다. 이는 하늘소리, 땅소리, 사람소리를 뜻한다.
한글이 만들어질 때, 세종은 이 문자의 이름을 ‘훈민정음’이라고 정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글’라는 뜻이다. 우리 민족의 글(훈민정음)에 ‘한글’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여서 사용한 사람은 주시경 선생으로 알려져 있다. 한글이란 말은 ‘한(韓)나라의 글’에서 비롯됐다고 하며, 여기서 한은 대한제국을 뜻한다. 한글은 ‘큰글’ ‘하나의 글’ ‘하늘의 글’ 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영국의 학자 존맨은 한글을 가리켜 세상의 어떤 문자보다 완벽에 가까운 문자이며 고전적인 예술작품이라고 했다. 또 일본의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는『한글의 탄생: 문자라는 기적』(2011)에서 한글이 ‘앎의 혁명을 낳은 문자’라 극찬했다. 한글이 세계 언어학자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게 고안된 문자 체계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한글은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는 글자이다.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전통문화인 태권도를 살펴볼 차례이다.
03 태권도: 인간 형상화
태권도(跆拳道)는 1996년 12월 정부(문광부)로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열 가지 문화 상징 (CI; Culture Images)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었다.
태권도 이름은 ‘인간의 길’로 표현된다. 태권도인이란 그 길을 걷는 ‘사람’을 말한다. 동양 철학 개념인 성과 명, 체와 용, 음과 양을 인간의 신체에 대립, 설명하자면 태권도는 도가 성이고 태권은 이름이다. 태권은 인간의 몸의 구체적 표현이다. 그것은 세 글자로 구성된 하나의 이름이다. 밟은 태(跆)+주먹 권(拳)+길 도(道)의 합성어이다.
태권도는 도(道)를 모태로 한 손과 발의 쓰임새, 길, 관(觀) 등이 기능성과 심성의 수련에 근원을 두고 있다. 태권도 이름은 ‘태권’과 ‘도’의 만남에 의해 오늘날 보통명사가 되었다. 태권도는 태권의 도이다. 이 명칭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상징성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의미 있는 상징성은 ‘인간’이라는 개념이다. 인간, 즉 사람을 뜻하는 형상의 자구(字句)에서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몸짓”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이경명, 2002)
그 다음으로 또 하나의 형상적 상징이 가능하다. 그것은 태권도 기술 체계의 단위요소가 되는 ‘동작’ 개념인데, 사람의 몸이 바로 ‘태권도’라는 개념에서 동작을 유추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태’가 의미하는 아래는 ‘서기’를 이루고 ‘권’은 주먹 또는 팔로써 지르기, 치기, 또는 막기를 하게 되고, ‘도’는 내면의 의식을 한곳으로 표출, 집중하는 시선으로서 단위 동작을 생성하게 된다는 상형화적 상징성이 그것이다.
태권도에서 모든 동작 개념은 인간의 몸짓이다. 그 몸짓은 의식적이든 또는 무의식적이든 간에 도구적 수단의 인간적 행위로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태권이 형이하를 상징한다면 도는 형이상의 개념이다. 형이상으로서 ‘도’의 함의는 심오하다. 태권도는 우리 자신, 즉 사람을 대변하는 이름(낱말)이며 태권의 신체적 기능이 도와 만남에서 심성을 기르고 마음 수양을 통해 올바른 인간다움의 길을 지향하는 도덕적 규범이 되고 있다. 막고 지르고 차는 등 다양한 기법적 측면은 그 길잡이가 되는 운동 원리의 법칙성에 따르며 그것은 바른 숨쉬기와 그것을 통해 바른 기운을 배양하게 되며 신체를 강건하게 하는 역동적인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태권도는 ‘인간적, 너무도 인간적 몸짓’이라는 상징성, 그것은 소우주로서의 철학적 행위를 함의한다. 인간은 대우주의 그것을 그대로 축소, 내려 받은 소우주라는 표현은 동서를 막론하고 공유하는 인식이다. 우주란 무엇인가. 동양적 표현에 따르면, 그 대표적인 상징이 하늘땅사람(天地人)삼극이다. 삶, 즉 인간은 땅 위에 직립하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활동하는 ‘세계 내 존재’이다.
사람은 몸과 정신의 상호 작용을 강조하며 땅과 하늘의 중간자로서 인간성의 본질은 정신과 물질 양자의 산물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동양의 전통들이 몸의 특정 부분에 구체적인 정신적 의미를 부여한 것도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삼극(三極)으로서 인간의 형상을 이루는 ‘태권도’는 너무도 인간적인 몸짓으로, 그 몸짓이 인간의 본능적 호신 행위를 바탕으로 한 ‘수양과 절제의 예술’로 승화하여 한 번 내지름과 한 번 걷어참이 바로 철학적 행위로 보는 것이다.
04 천지인 기호 ‘‧’ ‘—’ ‘Ⅰ’
인간적인 몸짓인 태권도 동작은 천지인(하늘땅사람)의 표상이다. 인체의 세 부위는 천지인을 표상하는 동작의 구조이다. 인체에서 머리는 둥근 점(‧)이요 두 발은 벌려 땅을 디뎌 하나의 평선(면, —)을, 그리고 몸통은 바로 세위 입선(Ⅰ)을 이룬다. 이를 기호화하면 ‘‧’ ‘—’ ‘Ⅰ’ 로 표기된다. 이 셋이 모여 ‘하나’(동작)가 생성된다. 천지인, 곧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상호 교감하여 살리는 ‘한’론의 의미는 태권도에서의 “인간적 몸짓”인 상징적 기호가 ‘‧’ ‘—’ ‘Ⅰ’인 것이다. 이는 한글에서 모음의 창제 원리로서 천지인 삼태극을 상징하는 ‘‧’(天) ‘—’(地) ‘Ⅰ’(人) 기본음 셋이다. 한글의 글자는 초성 ․ 중성 ․ 종성의 3성으로써 이뤄진다. 음양의 원리를 포함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태권도는 ‘한’(삼태극)론 중심의 음양오행론이라는 민족문화의 구성 원리와도 일치한다. 하늘 ‧ 땅 ‧ 사람 삼극은 삼재라고도 하는데, 이는 한의 몸체로 ‘삼극은 한 몸이다(三極一體). 하나에는 셋을 품는다(執一合三). 셋이 모여 하나로 돌아간다(會三歸一)’ 라는 뜻이 담겨있다.(『천부경』)
‘하나(한)’을 가리키는 것은 ‘도’이고 도는 그 근본을 지킨다. 점 ․ 선 ․ 면은 동작의 내성으로 운동의 원리인데 기호화한 것이다. 동작과 신체의 운동 역학적 원리로서 함수관계를 이루며 ‘‧’ 은 태극점이며 공방의 접점, 회전과 원 운동, ‘Ⅰ’은 직립한 신체에 있는 생명 중추로서 생명선과 중심선, 그리고 ‘—’은 기저면과 목표선에 해당된다. 이 모든 원리가 천지인으로서 동작에 그대로 적용되며 태권도의 동작은 만물의 형체와 자세, 접촉과 상호작용들의 효율적인 기술을 말하며, 사람과 우주의 일치성을 반영하는 자연적 상징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의 동작은 서기(자세)+공방(행위; 氣)+시선(정신) 등 ‘셋이 모여 하나’를 이룬다. 태권도에서 몸을 구성하는 세 부위, 즉 아래, 몸통, 얼굴이 동작을 낳는 요소이며 그 각각의 운동적 요인은 동작의 구성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는 태권도적 용어이다. 하나의 동작이 동작답기 위해서는 또 다른 외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다. 균형과 조화 그리고 상생의 요인이 그것이다.
동작을 하는 주체는 몸이다. 즉 ‘몸’은 사람의 구체적 표현이라면 사람은 몸의 보편적 표현이라 하겠다. ‘몸’과‘ 사람’은 같은 말이며, 우주(하늘)와 일체를 이룬다. 몸 - 사람 - 우주가 ‘하나(한)’을 이루는 일체적 구조가 ‘동작’의 철학적 표상이다.
태권도를 통해 심신을 단련한다는 것은 바로 철학함이요 방편이 되는 동작의 의미는 바로 몸의 몸짓으로서 가장 구체적이며 인간적 실천 행위이다. 몸은 우리들의 삶과 세상을 담은 그릇인 동시에 그 세상을 해석하고 만들어 가는 주체이다. 나는 몸이며, 몸은 끊임없이 생성함으로써 존재한다. 나의 몸은 앎과 실천함의 장(場)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결과 새로운 몸을 생성한다. 날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하여 몸을 단련하는 수련법은 동작의 원리를 따르고 그것을 좇는 것이다.
05 태권도의 음양오행 원리
세종은 『훈민정음』에서 천지의 이치는 오직 음양오행일 뿐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말소리에는 음양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져 있는데 옛 사람들이 이를 살피지 못하였다고 한다. 천지의 이치는 오직 음양오행뿐이라면 태권도의 이치도 마찬가지이다. 음양오행이란 음양의 원리와 오행의 원리를 줄여 말한다. 태권도 이치도 음양오행에 따라 설명이 가능하다.
태권도 기술체계를 이루는 주체는 바로 ‘동작’개념이다. 동작의 음양이란 공격적 동작과 방어적 동작으로 앞의 것은 양기고 뒤의 것은 음기다. 동작의 주체인 인체에서 음양이 나뉜다. 아래부위는 음이고 몸통부위는 양이다. 동작이 도, 태극이라고 볼 때 하나에서 둘로 나뉘는 동태(動態)적 현상은 양으로 공격과 방어적 동작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동작이 동태라면 품은 동작을 낳는 근원으로서 ‘태극’이라는 정태(情態) 개념이다. 태극이 움직여 양의(兩儀) 즉 음과 양을 낳고 사상(四象), 팔괘(八卦)로 분화, 확장되듯 품은 동작을 낳고 동작은 공방(攻防)이라는 양의 개념이 성립된다.
달리 동작이란 기법을 의미하는데 엄밀히 따져 동작을 동작이게 하는 것은 기(氣)의 전달이라는 것의 이해가 필요하다. 몸이라는 ‘하나’는 바로 ‘기’의 상징과 의미이다. 그 일기(一氣)에서 음양적 원기라는 양의가 생(生)하고 그 두 기가 바로 음기 와 양기의 속성으로 강(剛)과 유(柔), 완(緩)과 급(急), 자세의 고(高)와 저(低), 보폭의 장(長)과 단(短) 등 성질, 즉 사상(四象)을 낳고 다시 분화하여 팔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팔괘란 동작에서 표현되는 서기와 차기, 막고 지르는 각각의 사지(四肢)의 움직임이라는 기운과 변화를 의미한다.
태극은 인체의 허리 개념이다. 허리의 움직임이 팔의 원전(圓轉), 선전(旋轉)을 수반하게 된다. 몸의 팔괘 원리란 바로 기의 원리인데 그 기운은 다시 인력과 척력, 즉 음양으로 구분된다. 그것이 실제로 동작에서 굳셈과 부드러움(강유), 느림과 빠름(완급), 높음과 낮음(고저), 긴 것과 짧은 것(장단)의 배분과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력)과 서로 물리치려는 힘(척력)의 작용이 ‘동작’의 여러 변화 현상을 낳는다는 원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태권도에서 오행이란 동작의 수련체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다섯 가지는 14개의 기본동작, 품새, 겨루기, 격파, 호신술 등이다. ‘하나’의 동작이 드러내는 특성이 오행이라는 수련과정, 체계를 이루는 것이다. 이 다섯 과정인 오행은 오늘날 새로운 진화를 보이고 있다. 겨루기는 일찍이 스포츠화로 인해 ‘태권도’를 대변하는 호칭으로 태권도=스포츠라는 등식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격파는 시범문화로 정착이 된지 오래이다. 품새와 겨루기 구분은 상대가 내 앞에 마주하고 있는가의 있고 없음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다. 때문에 품새는 대자(對自)적 행위이고 겨루기는 대타(代打)적 행위라고 칭하는 것이다. 시범은 태권도의 종합으로서의 기술체계로서 태권도의 예술적 경기를 문화형태로 대중 앞에서 홍보 수단으로 공연되는 것을 말한다.
태권도적 오행은 방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중앙이 동작 개념이고 동의 목(木)은 품새, 남의 화(火)는 겨루기, 서의 금(金)은 격파, 그리고 북의 수(水)는 호신술이라는 오행의 과정을 말한다. 중앙의 토(土)는 동작 개념이다. 천지자연의 이치는 오직 음양오행이라고 본 세종의 혜지가 이렇듯 태권도에서도 주요 원리로서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오행은 복장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수련 시 입는 수련복을 도복이라 하는 데 도복은 바지저고리를 말한다. 바지는 음, 저고리는 양으로 그 둘을 잇는 띠는 위계로서 오방색으로 나뉜다. 복장에서도 절묘한 음양오행의 이치가 적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사례로 설명이 가능하다.
06 태권도, ‘한’ 철학과 홍익인간 정신
천지인 삼극은 단순히 문양이 아니라 여기엔 한국 고유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음양과 오행도 하나, 즉 한에서 파생된 것이다. 둘과 다섯은 하나에의 근원적 이치에 말미암는다. 둘이 모여 하나가 되고 다섯이 모여 하나가 되는 이치, 그리고 천지인 셋이 하나가 되는 이치는 결국 하나에서 모든 것이 파생되는 것으로 이는 인간이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한은 도, 태극 등 같은 뜻으로 순우리말로서 음양오행의 상위개념이다.
모든 만물은 태극에서 나와 하나로 돌아간다. 품새 태극에서 닦음이 시작되고 하나로 돌아감 곧 일여로 끝난다. 태극은 하나로서 움직여 양의, 즉 음과 양을 낳는다. 품새는 음양으로 유급자 품새와 유단자 품새로 나뉜다. 시작이 태극(太極)이고 끝남이 일여(一如)이다.
일여란 마음(정신)과 몸(물질)이 하나이면서 원리는 오직 하나뿐이라는 높은 천리를 말하고 이것은 점이나 선이다 원이 하나가 된다는 뜻을 나타낸다. 태권도 수련의 완성은 모든 기법과 동작이 모양이나 운용을 다르게 배우고 행하지만 궁극에서는 합쳐지면 나아가 정신과 동작이 일체가 되는 깊은 무예의 진리가 바탕에 깔라져 있는 품새가 일여이다.(『태권도교본』 국기원)
음양오행도 다르지 않다. 그 근원은 ‘하나’로부터 말미암는다. 태권도 주체는 사람 인(人)이다. 인중(人中)사상은 인간의 최고 변화를 의미한다. 사람은 천지와 더불어 셋을 이룬다. 사람은 하늘의 양성만을 가져서도 안 되고, 땅의 음성만을 가져서도 안 된다. 음양을 다 가져야만 완전한 인격이 될 수 있다. 하나, 즉 ‘한’은 태권도 주체사상이다. 태권도인의 정신적 뿌리로서 그 뜻은 크다. 높다. 밝다, 환하다. 음양이 하나이듯 전체적으로 하나라는 의미가 다양하다. 일체성의 뿌리는 전체적으로 하나라는 ‘한’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한’철학의 중심 내용이 있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라고 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심신과 천인이 서로 나눠지지 않은 일체성과 조화성을 말하는 것으로 곧 ‘한’의 철학 사상인 것이다.
‘한’철학의 중심인 ‘한’은 존재론과 천지 만물의 근본적 실제로서 시원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태권도 수련은 바로 ‘한’의 철학적 신체론으로 천지인 삼극이 하나이며 ‘한’의 체계와 본질을 터득하는 것이다. ‘한’ 사상은 조화성을 내포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커다란 하나의 입장에서 다른 부분들을 포괄하고 있다.
태권도의 원리는 ‘한’의 철학적 원리와 사상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 모든 동작은 삼극 곧 ‘한’(하나)으로 표현되고 변화(움직임)와 생성이 기(氣, 힘)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태권도의 ‘한’ 철학은 ‘한’의 주체로서 소우주인 인간이 대우주인 천지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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